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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름    안원전
Homepage    http://www.cheramia.net
제 목    선의 황금시대




        
        
        
        
        
        
        

                 선의 황금시대 >, 오경웅(존 C.H.우)
        
 출처 블로그 > 。폭풍 속의 고요
원본 http://blog.naver.com/asartemis/43074720
                        
                

      

      


 


      #.


 


" 내가 보기에 성자가 된다는 것은 자기 자신이 된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신성과 구원의 문제는 사실상 내가 누구인지 알아내는 일이며 '참된 나'를 찾아내는 일이다."


 


이는 토머스 머튼이 20여 년 전에 쓴 글인데, 그때만 해도 장자나 선사들에 대한 글을 하나도 읽지 않은 상태였다. 그럼에도 이 글은 실제적으로 선사들과 도인들의 가르침을 요약해 놓고 있다.


 


장자는 "참된 사람만이 참된 지식을 얻는다"라고 말했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에서 출발하지 않고 "나는 존재한다. 고로 나는 생각한다"에서 장자는 출발한다. 먼저 참된 사람이 되어라. 그면 참된 지식을 얻을 수 있다. 참된 사람이 된다 함은 '참된 나'를 발견하는 일이다.


 


우리 평생의 삶이 바로 그 여정, '참된 나'를 찾아가는 여행이다. 도덕적 원칙, 즉 나쁜 짓을 하지 않고 좋은 것을 구하며 마음을 깨끗하게 하는 일조차도 '나'를 찾아 '참된 나'가 되는 일의 준비 과정일 뿐이다.


 


삶이 보여주는 이 최고의 여행에 대해 장자는 다음과 같은 아름다운 문장으로 설명한다.


 



인이니 의니 하는 도덕률은 성왕이 하룻밤을 보내기 위해 머물던 길 옆 여관에 불과하다. 거기서 죽치고앉아 있어서는 안 된다. 늑장을 부리다가는 치러야 할 대가도 크다. 완전한 사람은 인의 길을빌리고 의의 집에서 하룻밤을 보내지만, 결국 초월의 경지를 소요하고, 소박의 들에서 주유하며, 마음내 누구에게도 빌리지 않은 자신만의 집에서 머문다. 초월만이 완벽한 자유다. 소박할 때 몸은 건강해지고 힘이 솟는다. 누구에게도 빌리지 않은 정원에서는 쫓겨날 일도 없다. 옛 사람들은 이를 가리켜 '진실'을 찾아가는 긴 여행이라고 불렀다.


그러므로 우리의 삶 전체는 거짓에서 출발해 진실로 나아가는 순례다. 이보다 더 의미심장하고 가슴 뛰는 여행이 있을 수 없다. 그리하여 우가 찾게 되는 것들을 생각하면 이보다 더 감동적인 것은 없다. 우리의 생에서도 마찬가지다. 선사들이 종종 연애시의 구절들을 인용한 까닭도 이런 감동 때문이었다.


 


    사랑가 아닌 것도 그녀에게 이르면 사랑이 되네.


 


 


몇 년 전, 홈즈 대법관은 "동의할 수 없는 일에 정면으로 맞서고 감동이 없는 삶에 단호하게 대처해 가슴 뛰는 삶을 살라"고 편지를 보내온 적이 있었다. 미국의 이 참된 사람 덕분에 내가 동양의 지혜로 돌아갈 수 있었다는 사실은, 아니, 원래의 '나'로 돌아갈 수 있었다는 사실은 아무도 모를 것이다.


 


 


 ㅡ p. 335 ~ 336  , '나'를 찾아가는 긴 여행 


 


 


         #.


 


선사들의 가장 인상적인 특징은 어디에도 기대지 않는 정신이다.


 


정말  필요한 한 가지에만 마음을 집중해서 쏟을 뿐, 그렇지 못한 일이나 사람에게는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 "천지 사방 모든 성현들을 통해서 해탈하느니 영겁의 시간 동안 바다 밑바닥에 처박혀 있겠도다!"라고 석두는 말한 바 있다. 이는 오만함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지혜를 보여주는 말이다. 이 말의 본뜻은 외부의 것이라면 그것이 무엇이든 우리가 자유를 얻는 데는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진실만이 우리를 자유롭게 한다. 그러니 스스로 진실을 깨우쳐야만 한다.


 


가슴을 찢는 시련, 등이 휘는 고난, 무덤 속 같은 고독, 질식할 것 같은 의문, 몸서리치는 유혹 등을 거쳐야만 깨달음의 문지방에 겨우 가 닿을 수 있다. 그렇기에 선사들은 전심을 기울여 거기에 이르기를 바라며 닿는 순간까지 걸음을 멈추려고 하지 않았던 것이다.


 


 


ㅡ p. 337~338 , 어디에도 기대지 않는 정신  



 

 반 년 전 <동서의 피안>을 감명 게 읽어 같은 저자의 책 <선의 황금시대>를 집어들었다. 말 그대로 선 사상이 절정을이룬 시대에 인간 정신의 위대한 경지에 이르렀던 여덟 선사의 삶과 가르침을 담고 있다. 몰랐는데, 책을 번역한 사람이 소설가 김연수다. 얼마 전에는 한국계 중국인이자 중국계 미국인인 소설가 하진의 <기다림>을 번역한 것을 보았는데, 이런 책도 번역했을 줄은 몰랐다.


 


저자는 그리스도고 신비주의와 맞닿은 차원, 즉 영성적 측면에서 선의 심오함에 대해 말하고 있었지만, 내 눈에는 어쩐지 선이 수학의 절대경지와 더 닮아 보였다. 선 사상이 시적 직관을 내포하고 있음은 잘 알려져 있다. 그런데 시도 어떤 면에서는 수학과 닮은 점이 있다. 너무도 비일상적이고 추상적인 것처럼 보이는 정신 세계, 그 세계를 탐구하고 다가가려 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시와 수학과 선, 이 세 가지는 나란히 있다.


 


셋 다 위대한 정신의 경지이기는 하나... '그래서 그게 다 무슨 소용인가?'하는 생각도 조금은 들었다. 특히 비정상, 비상식에 가까워 보이는 기행들이나 알쏭달쏭한 공안들을 보고 있노라면, 그 위대하다는 사람들이 고작 이런 수수께끼 놀음에나 집착했더란 말인가, 싶었다. 수학이 그 자체로는별로 쓸모 있는 지식이 아니듯이, 선 사상도 몇몇 사람이 그런 위대한 깨우침을 경험했다 해서 이 세상이 얼마나 달라지는가 싶었던 것이다.


 


고매한 선승이 타인에게 지극한 랑을 실천했다 들은 바도 없고, 세상의 부조리에 치열하게 항거했다는 말도 들은 바 없다. 그렇다. 그들의 깨달음은 구체적 소용이 있는 학문 지식이 아니다. 그들의 그런 깨달음에 대체 무슨 의미가 있다는 것일까.


 


선 사상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나름대로 생각해 본) 시와 수학을 예로 들어 보면 조금이나마 그 의미를 짐작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시와 수학도 세상 사람들에게 곧바로 밥을 먹여주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예술처럼 일말의 즐거움을 주는 것도 아니다. 시인은 타인에게 사랑을 베푸는 존재가 아니고, 수학자는 혁명가가 아니다. 그들은 또한 구체적인 직무를 담당하는 직공이 아니고,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악공도 아니며, 그들 자신이 세상 그 무엇으로부터도 자유로운 자유인도 아니다.


 


그러나 시와 수학은 일상적 삶을 영위하는 것만으로는 다다를 수 없는 정신적 가능성의 첨단을 발견하고 실현한다. 우리는 시를 통해 평범한 사물과 일상적 체험에 녹아 있는 비범한 의미와 신비적 통찰을 깨닫고, 수학을 통해 수체적 실재 너머에 존재하는 추상적,직관적 진리의 세계를 엿본다.


 


선 수행을 통해 인간이 구현할 수 있는 가장 자유로운 영적 경지를 발견하고 거기에 다다른 선사들은, 바로 그러한 노력 자체로 세속의 범인들에게 새로운 삶의 전범을 열어보인다. 좋은 대학 들어가 좋은 데 취직해서 좋은 사람 만나 결혼한 다음 뼛골 빠지게 자식 키우다 늙어죽는 삶만이 인간에게 주어진 길의 전부는 아니라고, 지극히 목적적이면서도 한없이 비목적적인 절대 자유를 향해 나아가는 탐구적 일념의 삶도 있는 거라고, 그 끝에 발견하는 진실은 바로 일상에 그리고 도처에 녹아 있는 도의 신비와 일상적 삶의 숭고한 의미임을, 이들은 온 생애를 다해 우리에게 보여준다.


 


 


인도의 불교가 중국의 도가 사유와 만나 시의 언어로 꽃핀 절대 자유의 경지,    


시적 직관과 집념 어린 통찰이 빚어낸 존재와 일상에 대한 새로운 발견,    


그것이 바로 <선의 황금시대>에 피어난, 인간 지혜의 밝은 등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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