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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름    안원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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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가릉빈가迦陵頻伽의 노래



 가릉빈가迦陵頻伽의 노래
 
 안비슬(자선)
 
 
 가릉빈가땅위의 만물을 위해 자비의 노래를 보시하는 천상(天上)소녀이다. 가릉빈가는 새의 모습을 한 소녀이다. 피리에 열중해 있는 소녀의 가녀린 얼굴에는 홍조와 수줍음이 곱게 배어 있다. 입술뿐 아니라 눈가에는 곱고 고운 신비의 미소가 남아 있다.
 
 온몸으로 부는 피리는 정점에 가있는 듯 하반신과 오른쪽 다리가 반쯤 올라가 있다. 꼬리깃은 활짝 펼쳐져 있고 양날개는 음악에 맞춰 파르르 떨며 오므리고 있다.
 
아 아, 어떤 소리기에 저런 모습인가. 가릉빈가는 음악을 토해내고 있지만 정작
천상의 낙원에 든 것은 자신이다.
 








 그러나 가릉빈가는 세상에 살지 않는 상상의 새일 뿐이다. 그 오묘함의 어느 것도 지상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그럼에도 환희에 젖은 얼굴 표정이나 몸짓은 대중의 마음에 희열을 준다. 어인 일인가. 빛과 소리는 나눔이기 때문일까.
 
 그러나 정작 가릉빈가의 피리엔 소리가 없다. 소리가 없으면서도 환희가 있다. 소리 없음은 소리 있음을 뛰어 넘는다. 그것은 빛이 파동이면서 입자인 것과 마찬가지다.
 
 형체 없음은 만물의 모체이다. 때문에 가릉빈가의 소리 없음은 지상의 소리 있음의 근원이다. 기실 가릉빈가의 소리 없음은 속세의 귀로 듣는다. 그 소리는 귀에 들리지 않기 때문이다. 그것은 마음의 귀로만 들린다.
 
 내가 가릉빈가를 지상에서 만난 것은 오래 전이 아니다. 새벽녘에야 잠자리에 드는 나는 때때로 찾아오는 무료함을 잊기 위해 밤늦게 집 근처 남한산성에 오르는 것이 오랜 습성이
되어버렸다. 지난 봄 어느날 밤, 나는 예의 습관대로 차를 몰고 산에 올라 남문을 지나 북문쪽으로 산행을 했다. 때가 때인지라 산꼭대기 유원지 동네엔 사람들이 없고 불황을 맞은 음식점에서 새어나오는 불빛들이 환한 달빛과 어우러져 산정을 밝히고 있었다.
 
 부드러운 공기 속에 적막감이 맴도는 아스팔트를 달린 지 몇 분이 안 돼 나는 북문을 지나 광주 쪽의 작은 2차선 길로 들어섰다. 우거진 나무숲이 거리 양편에서 얼굴을 마주한 채 달빛에 흔들리고 있다.
 
 백색의 아카시아꽃이 어둠 속에 달빛을 반사한다. 오른쪽엔 계곡물이 흐르고 작은 오솔길이 군데군데 눈에 띈다. 나는 길의 중간쯤에서 오른쪽의 한 오솔길로 방향을 틀어 산길을 따라 무작정 오르기 시작했다. 길은 겨우 차 한 대가 비집고 다닐 정도지만 어느 사이 이 작은 길에도 시멘트가 깔려 있었다. 백열등 하나가 전선주 꼭대기에서 주위를 밝히고 있는 곳에 차를 세운 뒤 나는 주위를 살피며 천천히 산길을 걸어 올라갔다.
 
 얼마쯤 가다보니 공터가 나오고 주위에 몇 채의 집들이 희끄무레하게 보였다. 민가를 개조한 음식점들이 영업을 끝낸 채 어둠 속에 묻혀 있는 것이다. 이리저리 깎여나간 오솔길 옆에 약수터가 있고 주홍빛 플라스틱 바가지 하나가 달빛을 받고 있다. 나는 더듬더듬 샘 속에 바가지를 집어넣고 물을 떠올렸다. 시원한 물 한 바가지를 가슴 속 깊이 들이킨다. 개구리 소리가 요란하다. 그곳은 공터가 아니었다. 풀섶이 빼곡한 계곡평지에 발을 들여 놓은 나는 하마터면 안으로 빠져 진흙으로 멱을 감을 뻔 했다.
 
 그곳은 습지였다. 이름은 모르지만 낯익은 습지풀들이 싱그럽게 자라나 있다. 주위는 온통 산으로 둘러싸인 채 소쩍새 울음소리가 규칙적으로 들린다. 허리를 굽혀 풀잎을 살피는 사이 나는 어느새 습지의 진흙길 중간에 들어서 있었다. 뒤로 가기보다는 앞으로 가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둠 속의 저쪽이 막상 다가가니 그렇게 어두운 것만은 아니다.
 
 진흙 외길을 지나 산자락 밑으로
희미한 산길의 흔적이 보인다. 나는 나무를 헤치며 길로 들어섰다. 몇 발짝을 걸어 다시 작은 빈터가 있기에 걸음을 멈추고는 계곡 앞자락을 내다보았다. 하늘엔 귀퉁이가 떨어져나간 달이 떠 있고 그 주위를 구름이 빠르게 스쳐지나간다. 흐르듯 떠 있는 달이 환한 빛을 발한다. 밤하늘이 달빛을 받아 코발트처럼 투명하다.
 
 움직이는 것은 구름밖에 없다. 병풍처럼 둘러쳐진 주위 산마루는 달빛에 반사돼 온통 황금빛으로 물들어 있다. 빛이 산꼭대기에서 솟아오른다. 습지의 이쪽저쪽 역시 달빛에 물들어 있다.
 
 나는 다시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얼마쯤 걸어올라 꼭대기에 다다랐을 즈음 나는 걸음을 멈추고는 이번에는 산꼭대기 쪽을 바라보았다. 그곳엔 작은 공터가 있었다. 숨을 고르던 나는 깜짝 놀랐다. 저쪽 어디쯤엔가 사람들이 있지 않은가. 자세히 보니 그들 남녀는 서로 손을 잡은 이, 손뼉을 치거나 몸을 흔들며 괴성을 지르는 이, 마주본 채 손으로 서로의 몸을 돌리며 춤을 추는 이 등 제각각이었다.
 
 나는 두려움 속에서 나무에 몸을 숨기고는 그들을 지켜보았다. 한밤에 이들은 도대체 이 외진 산꼭대기에서 무엇을 하는 것일까? 젊은 사람들만은 아닌 듯싶었다. 달빛을 받아 흰색으로 빛나는 옷을 입은 이들의 나이가 실상 이곳에서 무슨 대수란 말인가?
 
 분명한 것은 이들이 모두 보거나 듣지 못하는 사람들이라는 사실이다. 그들은 서로 한 덩어리가 돼 뒤엉켜 영원히 끝나지 않을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고 있다는 것이다. 저들은 누구이고, 저들의 춤과 노래, 그리고 저들이 내지르는 알 수 없는 괴성은 무엇이란 말인가.
 
 한밤중의 무도회. 달빛 아래 속세와 격리된 이 외진 공간에서 춤추고 노래하고 뒹굴고 서로 손을 잡고 부비며 웃음을 웃는 사람들이라니 … 그것도 얼굴은 환희에 넘치고 몸은 행복에 약동한다. 꼬여진 몸, 비틀어진 다리, 스잔한 생명의 율동을 내비치는 사람들의 모습이 이토록 즐거울 수 있다는 것을 이전엔 결코 알지 못했다.
 
 아뭏튼 저들이 부르는 노래는 지상에선 결코 듣지 못하는 노래였다. 들리지 않는 소리로 노래를 부르고, 움직이지 못하는 몸으로 춤을 추며, 구르지 못할 만큼 꼬인 몸으로 땅에서 뒹굴다니 … 무엇 때문인가?
 
 나는 달을 쳐다보았다. 황금빛 달빛이 분말처럼 땅을 내려와 춤추는 이들을 감쌌다. 갑자기 땅위의 모든 것들이 사라지고 세계는 온통 금빛 천상으로 바뀌고 말았다.
 
 어느새 나는 가릉빈가의 무도회장에 서있는 것이 아닌가.
 
 그것은 소리 없는 노래였고 형태 없는 춤이었다. 그들은 가릉빈가가 불쌍한 대중에게 열락의 노래를 보시하듯, 그렇게 서로가 서로에게 자신들의 마음의 노래를 보시하고 있었던 것이다.
 
 청춘남녀는 서로의 사랑을, 나이든 남녀는 서로의 연민을 위해 속세에서는 좀처럼 표현하기 힘든 그들만의 내밀한 노래를 이 한밤, 이 외진 산마루에서 서로서로에게 바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마음의 노래였다. 얼굴로 읽는 노래, 몸으로 만지는 노래였으니 어찌 이 지상에 존재하기나 하는 노래일 것인가.
 
 아아, 저들은 영혼의 노래, 가릉빈가의 노래를 부르고 있다. 소리로 듣지 않는 영원의 노래, 인연의 노래, 영겁의 소리 없는 노래.
 
 가릉빈가는 그 밤에 그렇게 예고 없이 나에게 찾아왔던 것이다.
 
 
 
가릉빈가 [迦陵頻伽/歌羅頻伽, Kalavinka]
 산스크리트로‘칼라빈카’의 음사(音寫)이다. 《아미타경(阿彌陀經)》《정토만다라(淨土曼茶羅)》등에 따르면 극락정토의 설산(雪山)에 살며, 머리와 상반신은 사람의 모양이고, 하반신과 날개 발 꼬리는 새의 모습을 하고 있다. 아름다운 목소리로 울며, 춤을 잘 춘다고 하여 호성조(好聲鳥) 묘음조(妙音鳥) 미음조(美音鳥) 선조(仙鳥) 등의 별명이 있다. 이 새의 무늬를 조각한 불교가 성행했던 통일신라 시대의 수막새 기와들과 구리거울이 지금도 전해 오고 있으며, 고려 초기에 만들어진 연곡사북부도(국보 54)와 연곡사동부도(국보 53)의 상대석(上臺石) 안상(眼象) 안에 각각 이 새가 새겨져 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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