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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름    안원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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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김혜경교수의 요재지이]귀신의 죽음 장아단 ·章阿端 ·下

[김혜경교수의 요재지이]귀신의 죽음 장아단 ·章阿端 ·下

[세계일보 2005-01-13 17:06]  




그렇게 칠팔 일이 지났다. 정해진 기한이 거의 돌아오자 척생 내외는 밤새도록 통곡을 그치지 않으며 아단에게 또 다른 방법을 알려달라고 매달렸다.
“상황을 보아하니 더 이상은 손을 쓰기가 어려워요. 하지만 시도야 한번 해볼 수 있겠지요. 이 일은 저승 돈으로 백만 냥을 쓰지 않으면 안 돼요.”

척생은 아단이 말한 액수만큼 지전을 살랐다. 얼마 뒤 아단이 나타나더니 흡족한 표정으로 설명했다.

“제가 사람을 보내 담당자에게 사정 이야기를 했어요. 처음에는 난색을 표하다가 많은 돈을 보더니 마음이 움직이는 눈치더군요. 이제는 다른 귀신이 벌써 부인을 대신하여 환생했지요.”

이때부터 두 사람은 낮에도 척생의 곁을 떠나지 않게 되었다. 아단은 척생에게 문과 창문을 모두 틀어막게 한 뒤 밤낮으로 등불을 켠 채 생활했다.

그렇게 일년여 세월이 흐른 어느 날, 아단은 갑작스럽게 머리가 어지럽고 눈앞이 캄캄해지는 이상한 병에 걸렸다. 속이 언짢고 괴로우면서도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병세를 보면 사람이 귀신을 보았을 때의 증상과도 흡사했다. 척생의 아내가 아단을 어루만지며 말했다.

“이건 귀신한테 홀려서 난 병이야.”

그 말에 척생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아단은 이미 귀신인데 또 무슨 귀신이 병을 냈다고 그러나?”

“그렇지 않아요. 사람이 죽으면 귀신이 되고 귀신이 죽으면 적( 역주 )이 되지요. 귀신이 적을 무서워하는 것은 사람이 귀신을 겁내는 거나 매한가지랍니다.”

척생이 무당을 불러 아단의 병을 치료하자고 제안하자 그의 처는 수긍하지 않았다.

“귀신의 병을 사람이 어떻게 낫게 할 수 있겠어요? 우리 이웃에 사는 왕 노파는 지금 저승에서 무당 일을 보고 있으니 그 사람을 불러옵시다. 하지만 여기서 십여 리나 가야 하는데 저는 다리가 약해서 먼 길은 갈 수가 없어요. 번거롭겠지만 당신이 짚으로 엮은 말 한 마리만 불살라 주세요.”

척생은 아내가 시키는 대로 했다. 짚으로 만든 말이 재가 되는가 싶자 곧바로 늙은 여종이 붉은 빛깔의 말 한 마리를 끌고 와 마당에서 말고삐를 척생의 처에게 건네주었다. 말 위에 올라 탄 척생의 처는 곧 어디론가 사라졌다.

얼마간 시간이 흐른 뒤 노파와 나란히 말 잔등에 걸터앉은 채 나타난 척생의 처는 먼저 말을 낭하의 기둥에 매어놓았다. 노파는 안으로 들어와 아단의 열 손가락을 모두 짚어보더니 꼿꼿하게 앉아 머리를 이리저리 흔들며 온갖 작태를 골고루 지어 보였다. 노파는 한참 동안 땅바닥에 엎어져 있다가 갑자기 벌떡 일어서더니 다음과 같이 소리쳤다.

“나는 흑산대왕(黑山大王)이시다. 낭자의 병이 위독하지만 요행으로 나를 만났으니 그 복이 적지만은 않구나! 이는 흉악한 귀신이 내린 재앙이나 대단치는 않아, 상관없단 말이다! 하지만 병이 나으면 반드시 나에게 풍성한 공양을 바쳐야 하느니, 은덩어리 백 개와 지전 백 꿰미, 그리고 호화로운 잔칫상을 차리되 그 중 어느 한 가지라도 빠지면 아니되렷다.”

척생의 처는 큰소리로 일일이 그러겠노라고 응낙했다. 그러자 노파는 또 땅바닥에 엎어졌다가 정신을 차렸고 다시 병자를 향해 고함을 지른 뒤 푸닥거리를 끝냈다. 곧이어 노파가 돌아간다고 작별인사를 하자, 처는 그녀를 정원 밖까지 배웅하면서 타고 온 말을 그녀에게 선사했다. 노파는 좋아라 하며 말을 타고 돌아갔다.

그들이 방으로 들어왔더니 아단은 약간 정신이 드는 모양이었다. 부부가 몹시 기뻐하며 함께 위로하는데 아단이 갑자기 말문을 열었다.

“저는 아마도 인간 세상을 다시 볼 수 없을 것 같아요. 눈만 감으면 원귀들이 보이니, 이것도 운명이겠죠!”

그리고 눈물을 쏟는 것이었다. 하룻밤이 지나자 병세는 더욱 악화되었다. 그녀는 허깨비라도 본 듯 온몸을 자벌레처럼 꼬부리고 사시나무처럼 부들부들 떨었다. 그리고 척생을 이불 속으로 잡아당기며 그의 품에 머리를 파묻었는데 마치 누군가 자신을 잡아가기라도 할까 봐 무서워서 그러는 것 같았다. 이런 상태로 육칠 일이 지나갔지만 부부는 속수무책이라 그저 마음만 졸일 뿐이었다.

때마침 척생에게 일이 생겼다. 그가 외출했다가 반나절 만에 돌아왔더니 처의 통곡 소리가 들렸다. 놀라 까닭을 물었더니 아단이 벌써 죽었다는 이야기였다. 침상 위에는 뱀이 허물을 벗은 듯 옷가지만 남아 있었으므로 척생이 들춰보니 백골 한 무더기만 소복이 쌓여 있을 뿐이었다. 척생은 한바탕 통곡하고 나서 사람이 죽었을 때와 똑같이 예의범절을 갖춰 그녀를 조상의 무덤 곁에 장사 지냈다.

어느 날 밤, 척생의 처가 꿈을 꾸면서 서러운 흐느낌을 그치지 않았다. 척생이 그녀를 흔들어 깨우며 왜 우는지 까닭을 물었더니 이렇게 대답하였다.

“방금 전 꿈속에 아단 낭자가 나타나 하는 말이, 그녀의 남편이 적귀가 되었다는군요. 그녀가 죽은 뒤 수절하지 않았다고 화를 내면서 앙심을 품고 목숨을 빼앗으려 한대요. 자기를 위한 불공을 올려달라고 저한테 애걸하더군요.”

이튿날 척생은 아침 일찍 일어나 아단이 부탁한 대로 불사를 벌일 채비를 서둘렀다. 하지만 그의 처가 남편을 만류하고 나섰다.

“귀신을 구제하는 것은 당신의 힘으로 될 일이 아닙니다.”

그녀는 몸을 일으켜 밖으로 나가더니 한참만에 되돌아왔다.

“제가 벌써 스님들을 모셔오라고 사람을 보냈어요. 당신은 먼저 지전을 태워 재를 지낼 비용을 만드셔야 합니다.”

척생은 아내가 시키는 대로 따랐다. 해가 서산으로 기울 무렵, 승려들이 하나둘씩 모여들었는데 그들이 사용하는 바라며 법고는 인간 세상의 것과 전혀 다르지 않았다. 척생의 처는 시끄러운 소리가 귀에 쟁쟁 울린다고 말했지만, 척생의 귀에는 아무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법회가 끝난 뒤 척생의 처는 또다시 아단이 찾아와 감사의 말을 전하는 꿈을 꾸었다.

“덕분에 저의 원업이 모두 풀려 이제는 성황신의 딸로 다시 태어나게 되었습니다. 제 대신 서방님께도 감사하단 말씀을 전해 주세요.”

척생 부부는 삼 년 동안 내내 함께 살았다. 처음에는 식구들도 생소한 이야기에 무서워 떨었지만 차츰 시간이 흐르면서 그런 상태에 익숙해질 수 있었다. 그들은 척생이 집에 없을 때면 창문 너머로 마님의 지시를 받기도 하였다.

하루는 척생의 처가 남편을 향해 울면서 말했다.

“예전에 저의 압송을 맡았던 차역에게 뇌물을 준 일이 발각났어요. 지금 조사가 진행 중인데 상황이 매우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으니 당신과 오래도록 함께하지는 못할 것 같아요.”

며칠 뒤 척생의 처는 과연 병이 들었다.

“우리 부부의 금실이 워낙 좋기 때문에 저는 언제까지나 죽은 상태로 있기를 원하며 다시 태어나길 바라지 않았지요. 이제 영원히 헤어지게 되었지만, 이 어찌 정해진 운명이 아니라 하겠습니까!”

척생이 황급하게 대책을 물었지만, 그의 처는 살래살래 고개를 흔들었다.

“이번은 손쓸 방도가 없습니다.”

“벌받으면 어쩐다지?”

“약간의 가벼운 벌은 받아야 하겠죠. 하지만 삶을 훔친 죄는 커도 죽음을 훔친 죄는 아주 작답니다.”

말을 마친 그녀는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자세히 살펴보려 하는 사이, 그녀는 얼굴과 형체가 차츰 사라져서 보이지 않게 되었다.

그 뒤로도 척생은 밤마다 정자에서 혼자 잠자며 다시 귀신을 만날 수 있길 기대했다. 하지만 어떤 기미도 끝내 나타나지 않았고 식구들의 마음도 차츰 안정되어 갔다.


■역주

적 : 귀신이 죽어 변한다는 전설적 존재. ‘오음집운(五音集韻)’에 다음과 같은 기록이 있다.

“사람이 죽으면 귀신이 되니, 누구나 귀신을 보면 무서워한다.

귀신이 죽으면 적이 되는데, 귀신도 적을 보면 두려워한다. 만약 전서체로 ‘적’ 자를 써서 문에 붙여놓으면 모든 귀신들이 천 리 밖으로 멀리 달아난다.”

■해설

유가에 따르면, 귀신이 먼저 있은 다음에 사람이 생겨났으므로 귀신은 공경하지 않을 수 없는 존재입니다.

주자(朱子)는 ‘귀신이란 두 기운(二氣)으로 형성된 진정한 능력’이라 말했습니다. 이를 자세히 뜯어보면, 귀신이란 맹목적 섬김의 대상이 아니라 하늘의 이치를 설명하기 위해 차용된 수단임을 알 수가 있습니다.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옛사람들은 죽음과 귀신을 이미 삶의 일부로 포괄해서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지요.

사정이 그러할진대 후세에 이르러 죽음과 귀신이 두려움과 기피의 대상이 된 것은 대체 무슨 까닭일까요? 어쩌면 우리가 이승과 저승의 사정을 꿰뚫지 못하고 귀신의 실상에 대해 잘 알지 못하기 때문은 아닐는지요?

우리 인생에서 죽음은 삶과 마찬가지의 가치를 지닙니다. 죽음을 기억하기(Memento mori) 때문에 옛사람들은 귀신을 공경하듯 사람 역시 공경해야 하고, 사람을 친근하게 여기듯 귀신 또한 가깝게 여겨야 할 존재라고 인식할 수 있었습니다. ‘요재지이’에 그토록 많은 귀신이 등장하고 또 무시로 일상을 넘나드는 것은 어쩌면 죽음과 삶을 동전의 양면처럼 여겼던 관념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현실에선 귀신을 미워하는 자들만 사방에 우글거릴 뿐, 귀신을 경원할 수 있는 사람은 도무지 보이지가 않는군요. 심지어는 산 사람조차 귀신을 대하듯 두려워하고 기피하는 경우가 너무나 많습니다.

이 어찌 시간을 초월하여 존재하는 이치를 보려 하지 않고 오로지 눈앞의 삶에만 목을 빼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 하겠습니까. 사람의 일생이 한번의 죽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님을 믿지 못하는 사람이 너무 많기 때문일 것입니다.


한밭대 외국어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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