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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름    안원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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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2013년 한국- 피터 카젠스타인 美 코넬대 석좌교수





“한국인 평등지향적이어서 불만 많지만, 그게 바로 장점”





피터 카젠스타인 美 코넬대 석좌교수 페이스북트위터






























▲  피터 카젠스타인 코넬대 석좌교수가 지난 7일 이화여대 교정에서 “코끼리들이 싸울 때나 사랑에 빠질 때 들판의 풀이 죽게 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라”면서 “일본과 중국이 지나친 갈등이나 밀월관계에 빠지지 않은 채 약간의 갈등상태로 있는 게 한국의 외교적 역량을 키워나가는 데 유용하다”고 제언했다. 신창섭 기자 bluesky@munhwa.com
▲  피터 카젠스타인 코넬대 석좌교수가 지난 7일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강의실에서 “전세계 모든 지역엔 참으로 풀기 어려운 문제가 있고 많은 사람들이 어려운 상황 속에 살지만 한국은 그렇지 않다”면서 “한국사람들은 그간의 성취에 대해 좀 더 자신감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하고 있다. 신창섭 기자 bluesky@munhwa.com


때로는 외부의 시각에서 안을 들여다볼 때 우리가 서있는 자리와 위상을 좀 더 분명하게 파악할 수 있게 된다. 연말 대선정국에서 여야가 극한적으로 대결하고 경제침체에 따른 실업이 사회문제로 대두되어 어두운 상황이지만 바깥세상에서 한국을 관찰해온 권위 있는 학자가 “괜찮아, 그간 잘해왔고 앞으로도 잘할 거야”라는 뜻밖의 격려를 할 때 한 해를 보내고 또 한 해를 맞는 시점에서 마음이 푸근해 질 수 있지 않을까.

미 정치학계의 석학으로 꼽히는 피터 카젠스타인(67) 미 코넬대 석좌교수가 바로 그 사람이다. 독일 출신 미국 정치학자로서 일본과 중국, 동아시아 비교정치를 연구해온 그는 학술강연 등을 위해 5∼6차례 방한하며 한국의 역동성에 주목해왔던 인물이다.

지난 5일과 7일 인터뷰를 위해 만났을 때 그는 “한국 사람들이 열정적인 데다 평등지향적이어서 사회불만도 많지만, 그게 바로 한국의 장점”이라고 덕담을 했다. 그는 그러면서 “한국의 상황은 세계 각국과 비교해볼 때 그리 나쁘지 않고 올 한 해 한국은 수많은 것을 성취해왔다”면서 자신감을 가져도 된다고 말했다. ‘외교적 수사가 조금 과한 게 아니냐’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비교사적 안목에서 동아시아를 연구해온 노학자가 내린 한국평가라는 생각이 들어 그리 나쁘지 않았다. 경희대 미래문명원 주최로 열린 2012 미원렉처 ‘세계정치와 문명, 동서양을 넘어서’ 특강을 위해 방한한 그는 짧은 체류기간 중 연세대와 서울대, 이화여대에서 특강을 했다. 인터뷰는 그의 숙소인 서울 시내 호텔과 마지막 강연이 있었던 이화여대 캠퍼스에서 짬짬이 진행됐다.

―2012년 동아시아는 한국과 일본의 독도갈등, 중국과 일본의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갈등으로 상당히 힘들었는데.

“한·중·일이 놓여 있는 동북아의 변동성은 이제 변수가 아니라 상수로 봐야 합니다. 내가 국제안보, 정치경제를 연구해왔는데 그간 주로 중국에 집중해왔고 일본을 연구한 것은 불과 7∼8년 전입니다. 글로벌 세계에서 동북아는 아주 위험한 지역이고 아주 변동성이 강합니다. 나는 유럽 전문가이고 동아시아에 대한 이해는 개론적 수준에 불과하지만 동북아의 심층 기저에는 해소되지 않는 감정의 앙금 같은 게 깊게 깔려 있는 듯합니다.”

―그럼 2013년은 어떨 것으로 보십니까.

“동북아의 변동성은 지속되겠지만 위기는 동북아에 있다기보다 유럽에 있습니다. 최근 들어 동북아가 해상영토분쟁을 겪고 있지만 그것이 내년에 국가 간 큰 위기로 발전될 가능성은 크지 않습니다.”

―한국에서는 북한 미사일·핵문제가 바로 한반도의 위기라는 인식이 강한데.

“북한의 경제는 지속적으로 나빠지고, 핵개발도 지속하겠지만 북한문제 그 자체가 위기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문제는 관리 가능한 문제라고 봅니다.”

―중국은 이미 지도체제가 교체됐지만 일본은 16일 총선, 한국은 19일 대선을 치르게 되어 내년 한·중·일 지도자는 모두 새롭게 교체되는데 한·중·일 새 지도자가 열어갈 외교환경에 대해 어떻게 보십니까.

“일본 총선을 통해 총리가 될 가능성이 높은 아베 신조(安倍晋三)가 그 중 가장 국제적인 문제에 대한 이해가 있는 인물로 보입니다. 한국 대선에서 선출될 새 지도자가 얼마나 외교안보에 집중해 나갈지 주목하고 있습니다.”

―아베 1기 때 한·일 간에는 아주 많은 갈등이 있었는데, 독일 출신 일본 전문가로서 독일과 일본의 과거사 접근법에 대해 어떻게 보십니까.

“독일과 일본은 근본적 차이가 있습니다. 독일의 과거사 반성은 아주 뿌리 깊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아시아에서 일본이 독일처럼 과거사에 대해 반성하고 새출발을 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아마도 일본은 동북아에서 막강한 나라가 됐을 겁니다. 그럴 경우 동북아에서 한국의 입지는 아주 줄어들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니 한국 측면에서는 일본이 과거사 반성을 하지 않고 스스로의 능력을 제한하며 국력을 스스로 제약시키고 있는 것이 어쩌면 유리할 수도 있습니다. 중국도 이런 부분에서 전략적 이익을 누리고 있는 게 분명합니다.”

―독일 출신 사회과학자이기 때문에 일본을 보는 시각이 좀 다른 것 같은데.

“동북아에서 과거사의 문제는 여전히 현재의 문제이고 일본의 외교안보 문제와 연결되는 문제입니다. 그런데 이것은 결과적으로 일본을 스스로 얽어매는 일이기도 합니다. 정치외교안보적으로 일본의 역량을 스스로 묶어버린 결과 오늘과 같은 일본이 된 것입니다.”

―독일의 과거사 반성에 대해서 설명하신다면.

“내가 고등학교시절(그는 1945년 함부르크에서 태어났다) 1962년 샤를 드골 당시 프랑스 대통령이 독일을 방문한 뒤 지속적으로 독·프화해 정책이 추진됐습니다. 수백여 양국 어린이들이 매년 교환학생으로 상호 방문했고 독일과 프랑스 간에 자매도시도 수없이 많아졌습니다. 그런 크고 작은 화해 정책이 한 세대 간 지속된 결과 1980년대에 들어 프랑스와 독일이 전쟁을 한다는 생각을 하는 이들은 이제 없어졌습니다. 과거사가 뿌리 깊을 것 같지만, 한 세대면 해결되는 문제입니다. 정치지도자들이 이같은 결정을 시작하고, 시민사회가 주도적으로 지속해 나가면 됩니다. 동아시아가 얼마나 예외적인지 모르겠지만 이런 것을 해나갈 수 있도록 정치인들과 시민사회가 노력해야 합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아시아로의 복귀를 선언하며 주목을 받았는데 동아시아에서 미국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미국은 아시아·태평양 파워입니다. 미국의 해군력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강한고 아시아의 해상 평화를 유지해온 게 바로 미해군입니다. 미국파워는 해군으로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런 점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의 아시아 복귀를 선언한 것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습니다. 그것을 중국파워의 부상과 연계시키는 해석이 있는데 저는 오바마 대통령의 아시아 복귀선언을 어떤 정치외교적 공학측면에서 보지는 않습니다.”

―그렇지만 오바마 대통령의 아시아 복귀선언 이후 미·중관계가 좀더 갈등적이 된 것이 사실인데.

“어떻게 보면 그것은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외교적 유산, 말하자면 9·11테러 이후 중동 및 중앙아시아에 집중됐던 외교적 관심을 아시아로 돌린다는 측면이 강합니다. 오바마 대통령의 아시아 중심주의 정책은 부시 행정부 때의 정책 편향에 대한 수정인 셈입니다.”

―미국이 아시아에 집중한다는 것은 한국에도 좋은 일이라고 봅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약속한 대로 주한미군은 현 수준대로 유지되겠지만 미국이 심각한 재정위기를 겪고 있다는 점에서 방위비 분담금문제가 가시화할 수 있습니다. 유념해야 할 것은 오바마 대통령이 아주 철저한 실용주의자라는 점입니다. 미국의 예산이 많이 들어가는 미군을 한국에 계속 주둔시킬 것인지 문제에 대해서 행정부 차원의 재검토가 이뤄질 경우 한국에 방위비분담 요구가 추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오바마 1기 행정부는 대북정책에 있어 별다른 성과가 없었는데 2기 행정부에 들어선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십니까.

“오바마 대통령이 북한에 집중하는 일은 없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오히려 이란과 씨름하게 될 것입니다. 내년에 이란과의 전쟁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대선이 끝난 만큼 오바마 대통령은 이란에 대한 본격적인 대응을 해나가려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란이 핵을 보유할 경우 중동의 정세를 근본적으로 뒤흔드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기 때문에 이란 핵문제는 지역정세의 안정화 측면에서 중요한 이슈입니다. 그런 점에서 북핵문제는 오바마 대통령의 관심에서 멀어진 사안인 반면, 이란은 늘 머릿속에서 생각하는 문제라고 볼 수 있습니다.”

―북핵에 대해 그간 한·미 양국은 위기라는 표현을 써왔는데 더 이상 미국측에 큰 위기가 안 된다는 얘기인가요.

“북핵문제는 이미 관리 가능한 수준이 됐습니다. 그간 북핵 및 북한체제 문제는 미국의 지도자가 과대포장해온 측면이 있습니다. 부시 전 대통령은 2002년 새해 국정연설에서 북한과 이란, 시리아 등을 악의축 국가로 규정해 놓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비판해 왔습니다.”

―오바마 행정부가 북핵협상에 열의를 보이지 않은 것은 위기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분석인데.

“오바마 행정부에서 북한문제를 위기라고 보는 기류는 없습니다.”

―그렇다면 빌 클린턴 행정부가 1990년대 북핵협상에 치중한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클린턴 행정부는 뭔가 합리적인 협상의 틀로 문제를 해결하려 했던 특징이 있습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정치적 협상을 중시한 딜 메이커입니다. 내가 볼 때 클린턴 전 대통령은 북핵문제를 합리적으로 풀면서 자신이 최고의 딜 메이커라는 것을 부각시키고 싶어 한 것 같습니다.”

―말하자면 보스니아 내전을 종식시킨 데이튼 협상 같은 것을 한반도에서 추구했다는 말씀인가요.

“그렇죠. 아주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선에서 뭔가 지원하는 대가로 경수로를 포기시키겠다는 구상을 한 것인데 북한이 갖고 있는 특성보다 자기들이 견지하는 논리적 일관성을 지키는 데 집중한 것이 사실입니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2016년 대통령에 출마해 당선된다면 빌 클린턴 행정부 때와 같은 대북협상 노선을 견지할까요.

“클린턴 국무장관이 그때 대통령이 될지 모르겠지만 아마 된다하더라도 북한과의 핵협상은 중심적 과제가 되지 않을 것입니다. 미국내 기류를 볼 때 북한이 핵 개발에 치중하면 할수록 미국은 오히려 미사일방어(MD)를 강화하며 국가안보 예산을 강화하는 쪽으로 갈 것입니다. 북핵문제를 풀기 위해 클린턴 행정부 때처럼 경수로와 중유를 제공하는 식의 보상협상은 없을 것입니다. 거듭 강조하지만 북한문제는 이란과 다릅니다. 이란의 핵은 중동 지형 전체를 뒤흔들지만, 북핵문제는 그렇지 않습니다. 이제 북핵문제는 중국의 문제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미국이 6자회담을 통해 견지한 것은 중국이 북핵해결을 위해 주도적으로 나서라는 원칙이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공개적으로 한국에 대한 애정을 많이 표현했는데 한반도 문제의 핵심인 북핵문제 해결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말씀은 좀 의외입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 제일주의를 추구하는 현실주의자입니다. 그는 다자주의자가 절대 아닙니다. 본능적으로 아주 신중하고 실용적으로 현실주의 정책을 펼 것입니다.”

―북핵문제 해결에 대한 미국의 관심이 점점 없어지는 상황에서 한국은 어떤 외교정책을 펴야 한다고 보십니까.

“한국에서도 북핵문제에 대해 과도한 집중을 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이미 놓여져 있는 기본 조건이라고 생각하고 외교를 해나가는 게 좋고, 그게 바로 현실주의자의 판단입니다.”

―현실주의적 관점에서 외교를 조망하라는 말씀인데.

“현실을 제대로 보고 현실에 입각해 판단하고 정책을 세우라는 것입니다. 문제가 없는 나라는 없습니다. 그러니 문제 없는 상황을 가정하지 말고 그런 문제 속에서 어떻게 해법을 찾아나갈지, 그런 복합적인 상황을 관리하고 한국의 길을 만들어갈 것인가를 모색해 나가는 게 핵심입니다. 아무 문제없이 현상의 평화가 지속된다는 것을 현실적으로 가정하기는 어렵습니다.”

―현실주의적 입장에서 세상을 보라는 말씀은 자신의 성향에 대한 어떤 규정도 거부하는 것과 일맥상통하는 것 같습니다.

“나는 나에 대한 어떤 레이블링(labling)도 원하지 않습니다. 나는 가치적 관점에서 보수주의나 진보주의 어느 한편을 지지하지 않습니다. 나는 늘 이것저것을 섞어서 보는 믹스 앤드 매치 스타일을 좋아했고 학문적으로도 절충주의를 견지합니다.”

―정치적 측면에서는 보수냐 진보냐 하는 편가르기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뉴욕타임스를 읽느냐, 월스트리트 저널을 보느냐는 식의 문화적 취향의 차이는 있을 법한데.

“(웃으면서) 물론 그런 문화적 취향의 차이는 있는 게 사실이지만, 나는 우리가 아주 변화무쌍한 세계에 살고 있는 만큼 어떤 하나의 입장을 갖고 살아간다는 게 지식인으로서 그리 유용하지도 않고, 그리 의미 있지도 않다는 것을 얘기하고 싶습니다. 중요한 것은 변화하는 현상에서 문제의 해법을 찾는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보수적 관점이냐 진보적 관점이냐는 부차적인 것입니다. 나는 보수주의가 세상의 개별적 변화에 대해 덜 민감하게 생각한다고 봅니다. 요즘 세상에서는 전체적인 시스템 변화가 일어나는데 이것을 종합적 입장에서 제대로 접근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접하는 성적 평등이나 인권, 이주민 문제, 환경문제, 기후변화 등의 문제를 볼 때 무엇이 보수주의적 접근이고 무엇이 진보주의적 접근이냐를 따지는 것은 문제해결에 그리 큰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한국사회 지식인들은 대개 정치적 입장에서 보수냐 진보냐를 따지고 리버럴이냐를 구분하는 게 통상적입니다.

“현실이 불확실하고 복합적인 상태에서 그것을 단순화한 뒤 보수냐 진보냐를 나누고 거기서 한발 더 나아가 적이냐 친구냐로 구분하는 것은 지식인들이 게으르기 때문입니다. 보수 또는 진보 진영의 논리로 세상을 보면 복잡한 현실이 분명하고 단순하게 보입니다. 또한 그런 논리는 그것을 지지하는 사람들을 안심시키고 각 진영의 정치적 리더들에게 분명한 입장을 갖게 만드는 이점이 있지만 그렇다고 현실의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글로벌 세상에서 보수와 진보를 구분하기 어렵다는 말씀은 최근 독일 등 유럽에서 부상한 해적당의 사례에서 잘 나타나는데.

“그렇습니다. 독일의 젊은 층들이 정당정치에 관심을 잃고 도대체 정당이 무슨 상관이냐는 입장을 보이면서 정치의 상황이 바뀌고 있습니다. 그런 기류 속에서 당이 클럽 같은 형태로 가거나 인터넷 기반으로 가면서 놀이의 정치측면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뭔가 재밌고, 즐거운 것을 하게 만드는 정치를 지향하면서 해적당 등의 형태가 만들어지고 있는데 그런 기류가 정당정치의 기본틀을 뒤흔들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할만합니다. 말하자면 반정치의 정치(anti- politic’s politic)라고 할까요.”

―올 한 해 유럽의 위기로 세상이 어지러웠는데 2013년 유럽의 금융위기는 어떻게 될까요.

“유럽금융위기 파장은 2013년 아시아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한 요인이 될 수도 있습니다. 2008년의 미국발 금융위기에서 우리는 살아났지만, 유럽 금융위기는 리먼 브러더스 파산 사태의 10배는 될 것이라고 봅니다. 유럽금융위기는 유럽에서 멈추지 않고 글로벌 은행시스템 전반에 재난을 가져올 가능성이 높고, 전세계 금융시스템은 긴밀히 연계되어 있다는 점에서 그 위기의 파장이 어느 수준이 될지 누구도 그 전모를 이해하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올해엔 그리스 파산 여부에 초점을 맞춰왔는데 그런 정책 해법은 오히려 문제를 키우는 역할을 했습니다. 긴축에 집중하면서 부채 위기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해 지금은 점점 해결불능 상태로 빠져들고 있습니다. 유럽 재정위기는 그리스에서 스페인으로 번져나가는 추세인데 이 정도에서 멈춘다면 아시아에 별 문제 안 미치겠지만 그것이 프랑스로까지 전이된다면 문제가 달라집니다. 더 나아가 미국이 그렇게 된다면 문제는 완전히 달라질 것입니다. 미국에서는 연말기한으로 재정절벽 협상을 하고 있지만, 오바마 대통령과 공화당의 갈등은 지속될 것이고, 우리는 이런 위기 속에서 하루하루 살아가야 할 것입니다. 아시아 쪽은 비교적 문제가 적은 셈이어서 다행입니다.”

―그런 위기 시나리오의 귀결은 어떻게 될 것으로 봅니까.

“금융은 신뢰에 기반하는 것인데, 금융이 극단적으로 불신을 받게 되면 글로벌 금융 전반이 흔들리고 그럴 경우 아시아에도 파고가 커질 것입니다. 이런 상황은 동북아시아 해상영토갈등보다 훨씬 심각해지는데 이럴 경우 달러 위기가 발생하게 되고 글로벌 수준에서 중국의 역할이 커질 수도 있습니다.”

―그럴 경우 중국이 훨씬 빠르게 글로벌 영향력을 확장할 수 있을 것으로 보는데.

“글로벌 금융위기가 전세계를 휩쓸 때 그런 시나리오가 가능합니다. 그간 우리는 중국의 위안화를 빌려 쓰면서 살아온 꼴인데 전세계적 금융위기가 본격화할 경우 중국의 입김과 역할이 훨씬 커질 수 있을 것입니다.”

―2013년에 대한 전망이 아주 비관적이네요.

“일반적으로 보면 좋을 게 없습니다. 2013년 전반적 흐름은 금융산업이 얼마나 역할을 할 것인가가 문제인데 최악의 상황을 상정하는 게 더 현실적이라고 봅니다. 그런데 동아시아 상황은 그에 비해서 나쁘지 않은 상황입니다. 위기징후가 있다 해도 관리 가능한 수준이고 한국의 경우는 다른 지역에 비하면 양호한 상황입니다.”

―한국사람들은 오히려 한국에 너무 많은 문제가 있어 스트레스가 많다고 생각하는데.

“한국은 아주 정상적인 나라입니다. 우리가 정상적인 가정을 생각할 때 가족들끼리 말을 많이 하고 때로 싸우기도 하는 상태를 떠올립니다. 그게 바로 민주적 자본주의 사회의 전형입니다. 다양한 집단, 다양한 분파에서 수많은 말을 경쟁적으로 쏟아내고 비판하는 게 시끄러워 보일 수 있지만 그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나라의 상황입니다. 우리는 이런 정상적인 상황에 대해 감사해야 합니다. 세상에는 비정상적인 상태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는 사실을 한국의 친구들이 이해했으면 합니다.”

인터뷰 = 이미숙 국제부장 musel@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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