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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름    안원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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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발언대]차범근 감독에게 할말 있다…카메라만 들이대면 주님찾는 예수쟁이 근성

▶ 게 재 일 : 1997년 10월 24일 07面(10版)
▶ 글 쓴 이 : 김용옥





[발언대]차범근 감독에게 할말 있다…전도사 아닌 국민사랑 받는 공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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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실 조용히 개인적으로 만나 오순도순 이야기해주고 싶었다.
그런데 그대는 지금 바쁜 사람. 나같은 서생을 만나줄 것 같지도 않고, 또 만나 이야기해도 실마리가 풀릴 것 같질 않았다.
하나 꼭 이야기해야 겠기에, 같은 시대를 살고 있는 한 지성의 양심이란 부담 때문에, 남들이 다 지나치고 있건만, 결코 후련할 것만 같지 않은 붓을 들었다.
나는 평소 텔레비전을 즐겨 보지는 않지만 우연히 보게된 장면. 후반 17분을 남겨놓고 한골을 먹은 절박한 상황에서 당당히 2대1의 역전! 그것도 우리에게 모든 굴욕과 회한의 역사를 안겨준 히노마루의 심장에! 그것도 너무 멋있게! 너무도 통쾌하게! 분명 그것은 실력이었다.
한국 남아의 기상이요, 우리 민족의 저력이었다.
그대, 바로 그대가 이러한 저력을 표출시켜 주었다.
아랍에미리트, 그리고 엊그제 우즈베키스탄. 천년 쌓인 회한이 다 씻겨내리는듯한 통쾌함. 요즘 같이 정치가 혼란된 리더십 부재의 소용돌이 속에선 그대가 이끄는 대표팀의 쾌거야말로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우리 역사와 민족의 스트레스 해소였다.
우리는 기억한다.
말레이시아와의 경기에서 5분 남겨놓고 역승의 골을 세개나 터뜨렸던 그대의 우람한 다리. 아마도 지금 같이 텔레비전 위성중계가 가능했더라면 그대의 분데스리가 활약상은 박찬호의 메이저리그 그것보다 더 화려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쌓은 실력을 이젠 또 후학을 통해 발휘하고 있다.
그대야말로 지금 이 순간 우리 민족에게 가장 사랑받는 한 인간이다. 그런데 나 도올, 그대를 사랑하는 대학 선배로서 말해주고 싶은 것이다.
그러한 사랑을 권력으로 표출해서는 안된다고. 텔레비전 마이크가 차감독에게 갔다.
첫 소감은? "하나님의 은혜로…" , 첫 소감은? "주님의 은총으로…" , 첫 소감은? "먼저 하나님께 감사를…" .신나는 골이 터질 때마다 카메라는 열렬히 기도하는 그대의 모습을 비춘다.
이제 그대는 빌리 그레이엄을 능가하는 세기적 전도사가 돼가고 있다.
그대는 전도사가 아니라 축구감독이다.
그대가 이끄는 축구팀은 어느 교회의 사설팀이 아니라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이다.
그대는 신앙의 자유를 부르짖는 개인이 아니라 모든 사람의 사랑을 받아야 할 공인이다.
분명 그대는 개인으로 TV화면 앞에 선 것이 아니라 대표팀을 이끄는 공인으로 선 것이다.
공인의 공적 마당에서 이루어지는 공적 행위는 공적 모럴의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한번 생각해 보라! 그대의 후계감독이 불교도였다고 생각해보자. 이번에는 "비로자나 부처님의 공덕으로…" , 이슬람교도였다면 "알라신의 가호로…" .우리나라는 곧 종교 분쟁국가로 진입하게 될 것이다.
기독교는 유대민족에게만 국한됐던 여호와의 율법적 약속 (구약) 을 깨뜨린 새로운 약속 (신약) , 즉 사랑의 복음이다.
기독교의 사랑은 이긴 자에게만 가는 것이 아니라 지는 자에게도 가는 것이요, 우리 민족에게만 가는 것이 아니라 모든 이방인에게 가는 것이다.
예수님의 산상수훈 첫마디는 무엇이었던가.
심령이 가난한 자, 애통하는 자야말로 복이 있도다.
천국이 저희 것임이요. 우리 팀이 주님의 은총으로 이겼다면 일본팀은, 아랍에미리트팀은, 우즈베키스탄팀은 주님의 저주 때문에 졌나? 그것이 그대의 기도의 본질인가!
예수는 무어라 말했던가.
너희가 기도할 때는 외식하는 자와 같이 사람에게 보이려고 회당과 큰 거리 어귀에 서서 기도하지 말라. 네 골방에 들어가 문을 닫고 은밀한 중에 계신 네 아버지께 기도하라. 은밀한 중에 보시는 네 아버지께서 갚으시리라. 기독교의 사랑의 실천은 오른손이 하는 것을 왼손이 모르게 하는 것이다.
말 끝마다, 행동마다 주님의 은총을 들먹이는 그대의 행태는 기독교 신앙의 실천이 아니요, 한국 기독교의 병폐적 현상의 말폐에 지나지 않는다. 내가 그대가 다니는 교회의 목사님이라면, 그대를 사랑하는 독실한 아내라면 차범근! 그대의 기도하는 소맷자락에 매달려 기도할 것이다.
그대가 말하는 '주님의 은총' 때문에 소외당하는 이 땅의 하나님의 자녀들에게 더 큰 은총을 베풀 수 있도록 차범근 그대 마음이 더 큰 사랑으로 충만케 되기만을….
도올 김용옥 <철학자·한의사·용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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