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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윤대현의 ‘마음아 아프지마’] 어렵지만 잉꼬 부부 되는 비법



[윤대현의 ‘마음아 아프지마’] 어렵지만 잉꼬 부부 되는 비법
[중앙일보] 입력 2011.03.05 01:23 / 수정 2011.03.05 01:23 http://joongang.joinsmsn.com/article/aid/2011/03/05/4805797.html?cloc=nnc
  
윤대현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신경정신과 교수스위스 작가 알랭 드 보통의 소설 『우리는 사랑일까』에 이런 얘기가 나온다.

 앨리스는 소파에 에릭과 나란히 누워 그의 손가락을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당신이랑 이렇게 있으면 정말 편안해요.” 그 남자는 이렇게 되물었다. “오늘 저녁 몇 시에 (제임스) 본드 영화를 하지?”

 여자의 ‘부름’에 제대로 응답 못하는 남자의 ‘호응결여증’이 여실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아내들의 고민을 들어보면 대부분 남편의 이런 ‘호응결여증’에 대한 호소다. 결혼 3년차 주부가 비슷한 사연을 보냈다. “신랑의 행동이 섭섭할 때가 많아요. 떡볶이 좀 사다 달랬더니 ‘어제 먹었는데 뭘 또 먹어’라는 거예요.” 남자들은 대체로 ‘떡볶이 가지고 유치하게 왜 그러냐’고들 하지만 이 여성에게는 결혼 자체에 회의를 느낄 정도로 엄청난 고민이다. 이쯤 되면 정신의학자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인류의 종족 보존(?)을 위협하는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 것인가.

 세상에는 우리를 ‘실패한 커플’로 보이게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잉꼬부부’다. 하지만 그들이 비정상인 건 아닐까? 잉꼬부부가 정상이라면 주변에 이런 부부들로 가득해야 할 텐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 개와 고양이가 서로를 아껴주는 건 TV 프로그램에 소개될 정도로 특이한 일이다. 혹시 남자와 여자는 개와 고양이의 차이 이상으로 다른 감성 메커니즘을 가진 것은 아닐까?

 남녀의 스트레스 반응 차이에 대한 연구결과는 의미 있는 힌트를 준다. 한 연구자가 실험에 참여한 남자와 여자에게 두 가지 스트레스 자극을 줬다. 하나는 수학 문제를 풀어 등수를 매기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역할극에 참여시켜 상대방한테 거절당하는 경험을 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남자는 순위를 매기는 실험에 심한 스트레스 반응을 보인 반면, 여자는 거절당하는 경험에 심한 반응을 보였다. 쉽게 말해 서로의 ‘아킬레스건’이 다른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배우자가 나와 같은 시스템을 가졌을 것이라고 추측하며 살아간다. 서로에 대해 섭섭한 감정이 안 생길 수 없다.

 일반적으로 여성은 네트워크 유지를 위해 권력을 활용하고, 남성은 권력의 순위를 올리기 위해 네트워크를 활용한다. 이런 특징은 태어나면서부터 나타나 사춘기 때 분명한 남녀의 차이로 자리 잡는다. 실제 남성들로만 이뤄진 단체는 ‘서열 갈등’ 때문에 지속성이 상당히 떨어지는 반면, 여성만으로 이뤄진 단체는 오랜 역사를 유지하는 경우가 많다. 진화심리학적 관점에서 살펴보자. 수렵시대에 남자는 종족 안에서 서열이 높아야 여자를 얻을 수 있었고, 2세를 낳아 종족 보존을 할 수 있었다. 반면 여자는 남자들이 사냥·전쟁을 위해 비운 마을에서 자신과 아이들을 지키려면 다른 여성들과의 협력이 필수적이었다. 네트워킹이 곧 생존이었다는 뜻이다. 이런 오랜 역사가 남녀 간에 유전적으로 다른 감성 메커니즘을 자리 잡게 한 것이다. 얼핏 완벽해 보이는 ‘남자다운 남자’와 ‘여자다운 여자’의 결합이 끊임없는 감성적 충돌을 낳는 이유다.


 “떡볶이 사다 달라”는 아내의 말은 ‘당신, 언제나 내 편이냐’를 확인하려는 질문이다. 하지만 이런 질문을 받은 남편은 자신의 남성적 매력 등수가 떨어진다고 느끼게 된다. “내가 매일 떡볶이나 사다 주는 남자로 보이냐”며 쏘아붙이게 되는 이유다. 아내가 원한 정답은 “당신이 원하면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떡볶이 사다 줄게”다. 이 말을 들은 아내는 다음날부터 남편에게 떡볶이 심부름을 시키지 않을 확률이 높다.

 그렇다면 잉꼬부부는 대체 어떻게 탄생하는 것일까. 유형은 세 가지다. 첫째로 실제론 갈등이 많은데 아내는 감정을 찍어 누르고, 남편은 ‘우리 부부가 최고’라고 자랑하는 경우다. 이런 부부는 여성 화병의 대표적인 원인이 된다. 둘째로 남편이 여성적 성향인 경우다. 이런 부부는 둘 사이에선 매우 강한 결속력을 보이지만 자기 가족만 생각하고 다른 사람들에겐 이기적인 행동을 하는 경우가 많다. 반대로 아내가 남성적 스타일인 경우엔 잉꼬부부가 되기 어렵다. 두 사람이 ‘서열’을 놓고 경쟁을 벌이기 때문이다. 셋째는 치열한 전투 끝에 서로가 차이를 인정하고 상대를 배려하는 경우다. ‘아픈 만큼 성숙해지는’ 유형이라고 할 수 있다. 가장 좋은 잉꼬부부의 유형이기도 하다.

 남녀의 갈등은 서로의 단점을 보완해 인류를 지탱해 온 측면이 있다. 남녀의 감성 메커니즘이 똑같았다면 인류가 멸종할 수도 있었다는 얘기다. 남자들이여, 아내의 투정을 당신과 함께하고 싶다는 사랑의 메시지로 받아들여라. 여자들이여, 배 나온 남편에게 당신이 최고로 멋있다고 칭찬해 보라. 이게 진짜 잉꼬부부가 되는 비법이다.

윤대현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신경정신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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